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보상받는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믿으며 살아왔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3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성실하게 일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인생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동료가 먼저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반대로 요령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퇴직을 앞둔 지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선한 사람은 손해를 볼까?"
이 질문에 답을 찾다가 알게 된 사람이 바로 프랑스의 철학자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입니다.
까뮈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까뮈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의 저자입니다.
그는 인간이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하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 왜 태어났는가?
- 왜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가?
- 왜 선한 사람은 불행한가?
- 왜 악한 사람은 성공하는가?
- 왜 죽어야 하는가?
문제는 세상이 이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까뮈는 이것을 '부조리(Absurd)'라고 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조리를 "세상이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까뮈는 다르게 설명합니다.
"부조리는 인간과 세계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인간은 의미를 찾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세계는 아무런 의미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저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는 모두 부조리 속에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의 일상도 그렇습니다.
- 평생 모은 돈이 갑작스러운 병원비로 사라집니다.
-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열심히 준비했는데 취업에 실패하기도 합니다.
- 부모를 모셨는데 형제간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개혁과 노후 빈곤 문제가 끊임없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취업난을 이야기하고, 중장년층은 퇴직 후 생계를 걱정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부조리를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50~60대가 되면 부조리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아직도 불안할까?"
저 역시 퇴직이 가까워질수록 이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이방인》의 주인공은 왜 사람을 죽였을까?
까뮈의 대표작 《이방인》에는 메르소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그는 어머니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습니다. 다음 날에는 여자친구와 영화를 봅니다. 그리고 해변에서 우연히 사람을 죽입니다.
그 이유는 놀랍게도 이렇습니다.
"햇빛이 너무 눈부셨다."
사회는 메르소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왜 슬퍼하지 않았는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메르소는 특별한 의미를 만들어내지 않습니다.
까뮈는 이를 통해 말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의미 없는 세계 속에서 의미를 강요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도 비슷합니다.
퇴직을 하면 왜 허무한지, 왜 어떤 사람은 행복하고 어떤 사람은 불행한지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까뮈는 《시지프 신화》에서 아주 유명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있는가?"
그는 세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습니다.
1. 자살
삶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2. 희망에만 기대기
언젠가 모든 것이 좋아질 것이라고 믿으며 현실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3. 반항
부조리를 인정한 채 살아가는 것입니다.
까뮈는 세 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시지프는 왜 행복한가?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는 영원히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려야 하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상에 도착하면 바위는 다시 굴러 떨어집니다.
- 밀어 올린다.
- 떨어진다.
- 다시 밀어 올린다.
이것이 영원히 반복됩니다.
까뮈는 놀라운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시지프를 행복한 인간으로 상상해야 한다."
왜일까요?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기로 선택합니다.
그 순간 그는 형벌의 노예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선택한 인간이 됩니다.
퇴직을 앞두고 깨달은 것
최근 저는 사회복지 분야로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요양보호사 자격도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실무 경험은 없습니다. 나이는 예순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누가 나를 채용해 줄까?"
"노후는 괜찮을까?"
하지만 까뮈의 철학을 접한 뒤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세상이 내게 답을 주지 않는다면, 내가 답을 만들어 가면 되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퇴직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는 마음 자체가 까뮈가 말한 '반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조리를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달라진다
부조리를 인정한다고 해서 체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 노력한다고 반드시 성공하지 않는다.
- 선한 사람이 항상 보상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갑니다.
내일을 준비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새로운 일을 배우고, 다시 도전합니다.
까뮈는 이것이 인간의 위대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인생은 누군가가 의미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힘들게 느껴진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상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 갈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부조리한 세상 속에서도 우리가 계속 살아가는 이유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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