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의외의 이름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세네카입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가 2,000년이 지난 2026년에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개그맨 출신 작가 고명환이 있다는 점입니다.
고명환은 한때 방송에서 웃음을 주던 개그맨이었지만 지금은 고전을 읽고 소개하는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고전 읽기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이야기하는 인물이 세네카입니다.
그런데 마침 최근 출간된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2026년 8월 5~11일 종합 주간 베스트셀러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제공된 교보문고 자료에 따르면 이 책은 세네카의 대화편 다섯 편에서 핵심 사유를 골라 55편의 짧은 글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지금 세네카일까요?
고명환을 바꾼 세네카
고명환과 세네카의 연결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유명인이 세네카를 추천했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고명환은 개그맨으로 활동하던 삶에서 고전을 읽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삶으로 방향을 크게 바꿨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네카의 철학은 단순한 고전 지식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네카는 특별히 어려운 철학적 개념만 이야기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가 끊임없이 고민했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상할 정도로 지금 우리의 삶과 닮아 있습니다.
세네카가 말한 것은 결국 '시간'이었다
우리는 늘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회사 일이 바쁘고, 가족을 챙겨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노후도 준비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SNS를 확인하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고, 정신을 차려보면 한 달이 지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이 좀 더 생기면 그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지.”
그런데 세네카는 이 생각을 뒤집습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시간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라는 제목이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가진 시간을 누가 가져가고 있는지 돌아보라는 질문에 가깝습니다.
왜 2,000년 전 세네카가 지금 통할까?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로마 시대에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인터넷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고민은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돈을 더 벌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고, 미래를 걱정하고, 지나간 일을 후회합니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룹니다.
세네카가 살았던 시대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오히려 시간을 빼앗기는 방식이 훨씬 많아졌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회사에서 시간을 쓰고, 스마트폰에서 시간을 쓰고, SNS에서 시간을 쓰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신경 쓰면서 또 시간을 씁니다.
그러다 하루가 끝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지?”
바로 이 지점에서 세네카가 다시 등장합니다.
'바쁘게 살았다'와 '잘 살았다'는 다르다
이 책의 문제의식에서 가장 마음에 남는 부분은 바쁘게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것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하루 종일 무언가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내 삶을 충실하게 산 것은 아닙니다.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을 만나고, 돈을 벌고, 약속을 지키는 동안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은 계속 뒤로 밀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세네카의 철학을 지금 시대의 언어로 바꾸면 이런 질문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은 바쁜가, 아니면 당신의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60대에 읽는 세네카는 더 다르게 다가온다
특히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시간에 대한 감각이 달라집니다.
젊을 때는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다는 생각 때문에 무엇인가를 계속 미룰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나중에’라는 말이 예전처럼 가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여행도 나중에,
취미도 나중에,
공부도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나중에.
그렇게 미뤄둔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았을까?”
세네카가 오늘날 다시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에게 시간을 더 만들어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는 시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묻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번 생각해볼 질문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를 읽는다면 단순히 좋은 문장을 찾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첫째, 나는 하루 중 얼마만큼의 시간을 내가 원하지 않는 일에 쓰고 있을까?
둘째, 나는 무엇을 '나중에' 하겠다고 미루고 있을까?
셋째, 돈을 벌기 위해 포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넷째, 은퇴하면 하겠다고 생각하는 일은 정말 은퇴 후까지 미뤄야 할까?
다섯째, 오늘 하루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얼마나 의식하며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세네카가 왜 2,0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읽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네카 열풍은 단순한 고전 열풍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번 베스트셀러 현상을 단순히 “세네카 책이 잘 팔린다”고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교보문고 상위권에는 세네카뿐 아니라 《싯다르타》, 《니체의 초월자》, 《오디세이아》 같은 고전·철학·인문 분야의 책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 흐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고전을 어렵게 공부하려는 욕구보다는 고전에서 지금 내 삶의 답을 찾으려는 욕구입니다.
그리고 고명환의 사례는 그 흐름을 잘 보여줍니다.
개그맨에서 고전을 소개하는 작가로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
그 변화의 과정에서 세네카를 만났고, 이제는 세네카를 다룬 책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세네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세네카가 던졌던 질문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다시 온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며
세네카가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지금 누구의 것인가?”
매일 바쁘게 살아가면서도 정작 내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이 없다면 한 번쯤 멈춰 생각해볼 만한 질문입니다.
특히 앞으로의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실감하는 시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세네카, 오늘을 빼앗기고 있는 당신에게》는 단순한 철학책이라기보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시간을 사용해왔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으로 읽어볼 만합니다.
2,000년 전 세네카가 오늘 우리에게 다시 묻는다면 아마 이런 질문이 아닐까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오늘을 너무 쉽게 다른 것들에게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읽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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