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혁신

기업부설연구소제도의 질적 전환을 위한 과제

광명정 2025. 10. 29.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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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기업연구소 설립 없으려면

 

기업의 연구개발(R&D) 전담조직 운영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인정받은 기업부설연구소의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는 기업부설연구소제도는 기술혁신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기업이 연구개발에 나서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체계가 효과를 발휘해 온 것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제도가 운영되면서 기업부설연구소제도는 실질적인 기술혁신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지원혜택을 받기 위한 형식적인 수단으로 제도가 변질된 측면이 있다. 그 근본 원인에는 요건을 기준으로 한 외형 중심의 인정제도에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4만 여개에 이르는 기업부설연구소 제도의 실상과 문제, 그리고 제도적인 해결책을 살펴본다.

 

기업부설연구소 제도, 무엇을 위한 것인가?

기업부설연구소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하는 연구개발 전담조직이다.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부설연구소제도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을 진작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이를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로 법제화했다.

 

기업이 기업부설연구소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연구전담요원 수 : 기업 규모에 따라 2~10명까지 연구개발활동을 전담으로 하는 상근 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연구공간 및 시설 : 독립된 연구공간을 갖추고 연구활동에 필요한 연구장비를 보유해야 한다.

조직 독립성 : 연구소 명칭을 공식적으로 등록하고 전담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설립 신고(www.rnd.or.kr)를 하면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서를 발급받게 되며, 이후 세제·자금·인력 지원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인정받으면 쏟아지는 세제 혜택과 지원금

기업부설연구소로 인정되면 가장 먼저 연구개발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해연도 연구개발비 지출액에 대해 최대 25%까지 세금 감면이 가능하며, 연구시설 투자에 따른 세액공제도 추가된다.

이뿐 아니라 정부 R&D 과제 신청의 기본 조건이 되며, 벤처기업 인증, 기술혁신혁중소기업 인증 등에서 가점 혜택을 부여받는다.

 

또한 일부 기업은 전문연구요원제도 선정을 통해 병역특례 연구요원 배정을 받거나, 연구인력 채용지원사업의 지원 혜택도 받는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서는 "세금을 아끼려면 기업부설연구소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제도적인 한계, 형식적인 연구소의 양산 문제

문제는 기업부설연구소제도가 인정요건에 따른 형식적 인정제도이다 보니, 제도의 한계를 이용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활동을 하지 않고 형식적 요건만 갖춰 연구 없이 지원만 노리는 가짜 연구소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원 기준 맞추기 : 서류상 연구전담요원을 등록해 놓고 실제로는 다른 업무를 수행

공간 요건 맞추기 : 사무실 한쪽에 칸막이를 세워 '연구소'라는 이름만 붙임

장비 사진 제출용 세팅 : 설립신청에 맞춰 장비를 세팅하고 실제로는 연구장비를 사용하지 않음

실질적인 연구활동 미수행 : 요건은 다 갖추고 있으나 연구보고서, 연구노트, 연구 성과 등의 실적이 없음

 

문제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가짜 연구소가 세제혜택과 정부지원금을 받은 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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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연구소 양산의 근본 원인은 '외형 중심의 인정제도'에 있다

현행 기업부설연구소 인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연구활동이 아니라 겉모습으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즉, 인원 수와 연구공간, 연구장비만 갖추면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다.

 

연구소 설립 단계에서는 현장 확인이 일부만 이루어지고, 인정받은 연구소가 4만 개가 넘다 보니 현장조사를 통한 사후관리에도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요건만 갖추고 실제 연구활동을 하지 않는 무늬만 연구소가 생겨나게 된다.

 

제도 개선을 위한 방향 - 형식에서 실질로

이제는 기업부설연구소제도를 외형 중심에서 내실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연구소 운영 목표가 지원제도 혜택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연구활동으로 연구성과를 창출해 나가도록 유도하는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설립 심사 : 서류 중심, 요건 충족 여부 확인 → 실제 연구활동 여부 확인, 사전적인 현장실사 의무화

인정 기준 : 인원·시설 등 외형적 요건 → 연구과제 수행계획, 성과관리 기준 중심

사후관리 : 인정요건 유지 여부 → 실제 연구개발 활동 수행 여부, 연구개발 성과(연구보고서, 특허, 기술이전 등)

지원체계 : 일괄 지원 방식 → 성과 연동형 차등 지원 방식

 

간판이 아닌 진짜 연구소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부설연구소제도는 분명 기업의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순 기능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형식만 갖춘 인정제도가 지속된다면, 국가 제정의 누수가 생기고 정작 진짜 연구소가 피해를 입게 된다.

 

이제는 기업부설연구소제도가 연구활동의 실질을 기준으로 한 내적 인정제도로 바뀌어야 할 때다. 그것이 바로 진짜 혁신을 만드는 기업부설연구소를 육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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